"나아가세나 존자여, 세존께서는 모든 죄악을 다 태워
없애고 부처님이 되셨습니까. 아니면 죄악(不善)이 아
직 남아 있는데도 부처님(全知者)이 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모든 죄악을 다 태워 없애고 부처님이 되
셨습니다. 세존에게 죄악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
다."
"존자여, 부처님(如來)도 육신의 고통을 받지 않으셨
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王舍
城)에서 바위 조각에 발을 상한 적이 있으며, 또 이질
과 설사병에 걸렸을 때 지이바카(耆婆)가 하제(下劑)
를 복용하게 한 일이 있으며, 또 오한 때문에 떨 때 시
중드는 장로가 부처님께 백비탕을 올린 일이 있습니다."
"존자여, 정말 부처님(如來)께서 모든 죄악을 다 태워
없애고 부처님이 되셨다면, 부처님께서 바위 조각에 발
을 상하시고, 또 이질병에 걸리셨다는 말은 잘못입
니다.
또 만일 부처님께서 참으로 바위 조각에 발을 상하
시고, 또 이질병에 걸리셨다면, 부처님게서 모든 죄악
을 태워 없애고 부처님이 되셨다는 말은 틀림 없이
잘못입니다. 부처님께서 상처도 입고 이질병에도 걸리
셨다는 말이 참말이라면, 부처님은 모든 죄악에서 벗
어 났을 리 없습니다. 왜냐하면 죄업이 없으면 고통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통은 업(業)에 근거하며 업
때문에 일어납니다. 이것도 양도론법의 난문으로써 그
대에게 제출되었습니다. 그대는 이것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대왕이여, 고통이 모두 업에 근거하는 것은 아닙니
다. 고통은 8가지 원인에 의하여 생기며, 많은 사람
들(衆生)은 그 원인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8가지
원인이란, 위장 내 가스의 과잉, 담즙의 과잉, 가래(痰)
의 과잉, 이들 세 가지의 화합, 계절의 변화, 불규칙
한 섭생, 심한 상해(외부로부터의 작용에 의한), 업(보)
등 입니다. 고통은 이러한 원인들로부터 생기며, 이들
8가지 원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받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업(業)에 의하여 고통을 받으며, 업 이
외에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도 없다'는 말은 잘못입니
다."
"그러나 존자여, 업(보) 이외의 일곱 가지 원인에 의하
여 생기는 고통도 근본적으로는 업에 의하여 생긴 것
입니다."
"대왕이여, 모든 질병이 정말 업에서 유래한다면 그
것들을 서로 구별짓는 특징은 없을 것입니다. 위장내
가스가 난동하는 것은 열 가지 원인 즉 차가움, 뜨거
움, 굶주립, 목마름, 과식, 너무 오래 서 있음, 과로,
너무 빨리 달림, 상해(傷害), 업의 결과(業報) 등에
의합니다. 열 가지 중 앞의 아홉 가지는 과거나 미래에
는 작용하지 않고, 현재의 생존에서만 작용합니다. 그
러므로, 현재의 모든 고통이 업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답즙이 교란되는 것은
세 가지 원인, 즉 차가움, 뜨거움, 알맞지 않은 음식
등에 의합니다. 또 가래가 난동하는 것도 세 가지 원
인, 즉 차가움, 뜨거움, 음식물 등에 의합니다. 가스
와 담즙과 가래가 난동하고 뒤범벅될 때, 각기 다른 고
통이 생기며, 또 계절의 변화와 불규칙한 섭생에 의하
여도 각기 다른 고통이 생깁니다. 그런데, 심한 상해로
부터 생기는 고통은 우연히 생기기도 하고, 업보(業報)
에 의하여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업보로 생기는 고
통은 전생에 지은 업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업
의 결과로 생기는 것은 적고, 우연히 생기는 것이 더
많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모든 것은 업의 결과
(業報)로 생긴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말입니
다. 그리고, 부처님의 지혜가 없이는 어떤 사람도 업의
작용 범위를 확정 지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 바위 조각에 발을 상하신 때
받은 고통은, 위장 내, 가스나 담즙이나, 가래나, 또
는 이 세 가지의 화합이나, 계절의 변화나, 불규칙한
섭생이나, 업의 결과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심한 상해로 인하여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데바닷타
는 수십 만년 동안 부처님께 증오감을 품고 있었습니
다. 그는 그 증오감 때문에 커다란 바위를 밀어다 부
처님의 머리에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다른 두 개의 바위가 튀어나와, 데바닷타가 떨어뜨린
바위가 부처님의 발에 떨어져 피나는 상처를 냈습니
다. 그러므로, 그때 세존께서 받은 고통은 업의 결과
로 생긴 것이던가 아니면, 우연한 작용으로 생긴 것이
던가,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밖에 딴 원인은 없기 때문
입니다. 이를테면 밭이 나쁘던가 씨앗이 좋지 않든
가 해서 씨앗이 싹트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 위에 결
함이 있는가 음식이 나쁘던가 해서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세존에게는 업의 결과로 생기는 고통이나
불규칙한 섭생에 의하여 생기는 고통은 없으며, 그밖
의 여섯 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기는 고통도 일어나지 않습
니다. 게다가, 고통에 의하여 세존의 생명을 빼
앗을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46요소로 이루어진 이 육신에는 쾌와
불쾌, 청정과 부정(不淨)이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대
왕이여, 가령 공중에 내던져진 흙덩이가 다시 땅 위로
떨어진다고 합시다. 흙덩이는 전생에 지은 어떤 행위
(業)의 결과로 땅 위에 떨어지겠습니까."
"아니올시다. 존자여, 대지에는 선 악 간에 업보를 받
는 원인은 없습니다. 흙덩이가 대지로 떨어지는 것은
전생의 업이 아니라 현재의 원인에 의합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은 마치 넓은 대지처럼 볼 것입니
다. 흙덩이가 대지로 떨어지는 것이 전생의 업에 의하
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세존의 발에 바위 조각이 떨어진
것도 전생의 업에 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이여, 또 사람들이 땅을 갈고 하는 것이 전생에
지은 업의 결과로 그러합니까."
"존자여, 정말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바위 조각이 세존의 발에 떨어
진 것도 전생에 지은 업의 결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
며, 또 가스나 담즙이나 가래나 이들 세 가지의 화합으
로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세존에게 생기는 육신상의
질병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업으로부터 생긴 것이 아
니고, 나머지 여섯 가지 원인 중 하나에 관계됩니다. 왜
냐하면, 모든 성인 중의 성인인 세존께서는 상윳타
니카아야(相應部)의 최고 묘전(妙典)에서 모올리야
시이바카의 물음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시이바카야,이 세상에는 담즙을 원인으로 하여 생기
는 고통이 있다. 시이바카야, 담즙을 원인으로 하여
생기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너는 응당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담즙을 원인으로 하여 생기는 고통이 있다
는 것은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
문이다. 그러나 시이바카야, 수행승과 바라문들 가운
데는 개체가 받는 즐거움이나 괴로움이나 또는 즐거
움도 괴로움도 아닌 것 들이 모두 전생에 지은 업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 그런 생각은 확실성
을 넘어 있고, 또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을 넘어 있으므로, 나는 그러한 수행승과 바라문들은
잘못된 견해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시이바카야, 가래를 원인으로 하여 생기는 고통등과
세 가지 기액(氣液)의 화합으로 생기는 고통도 있고,
불규칙한 섭생으로 생기는 고통도 있고, 심한 상처로
부터 생기는 고통도 있고, 업보에 의하여 생기는 고통
도 있다. 시이바카야, 업보에 의해서도 고통이 생긴다
는 것을 너는 응당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업보에 의
하여 고통이 생겼다는 것은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이바카야, 그러나 수행승과 바라문들 중에는 개체
가 받는 즐거움이나 괴로움이나 또는 즐거움도 괴로움
도 아닌 것들이 전생에 지은 업에 기인한다고 생각하
는 자가 있다. 그러한 생각은 확실성을 넘어 있고, 또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을 넘어 있으므로,
나는 그들의 견해는 잘못이라 말하는 것이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모든 고통이 업의 결과인 것은 아
닙니다. 그래서 세존께서 모든 죄악을 다 태워 없애고
부처님이 되셨다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정말 그렇습니다.
그대가 말씀하신 그대로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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