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신앙의 특징은 상생신앙과 하생신앙, 당래불(미래불)신앙, 지상천국신앙, 말세중생귀의처신앙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기 이전까지를 미륵보살이라 하고 성불한 뒤를 미륵불이라 하는데, 도솔천에 거주하는 동안 미륵보살의 곁에 태어나기를 희망하는 신앙이 상생신앙(上生信仰), 오탁악세 등 사회의 윤리와 도덕이 피폐되고 대중이 못살게 되므로 미륵보살이 하강하여 제도하여 주기를 희망하는 신앙이 하생신앙(下生信仰)이다. 주로 그사회가 안정되어 있을 때에는 상생신앙이 고조되고, 세상이 불안정하다든지 민심이 흉흉할 때에는 하생신앙이 성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의 미륵보살에 대한 지극한 바람은 그를 미래불(未來佛)로서 신앙하는 것이다. 즉, 자비와 사랑으로 우리에게 평화와 구원을 약속하는 부처님으로서 미륵불을 신앙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생신앙과 관련되어 있는데, 괴롭고 비참한 현실을 개혁하고 자신들을 구원해줄 희망으로 미륵불을 인식하고, 미륵불의 하생을 간절히 원하게 된다. 통일신라기와 고려 초기에 등장했던 화랑도 정신이나 궁예, 견훤, 묘청 등의 개혁사상이라든가 고려말의 신돈화상이 부르짖었던 '경자유전(耕者有田)'제도, 구한말에 등장한 천도교, 증산교 등을 비롯한 신흥종교운동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미륵하생신앙의 실천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미륵보살은 그러기에 모든 중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부처님이며 언제나 서민들의 두터운 신앙을 지니고 있고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내용은 <미륵하생경>, <미륵성불경>에 상세히 열거되고 있다.
한편 “미륵보살은 미래세에 중생의 큰 귀의처가 되리니 만일 미륵보살에 귀의하면 무상도에 물러서지 않으며 미륵보살이 성불할 때에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수기를 얻게 되리라”고 미륵상생경에 전하는 바에 따라 미래불로서 말세중생들의 귀의처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륵보살이 하생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용화세계는 완전 평등과 자유, 무소유가 이루어진 사회임과 동시에 인간의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제거되는 완성된 세계이다. 경전에 의하면 미륵이 하생하는 계두성의 사람들은 이미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십선도(十善道)를 실천하고 있다.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양설(不兩舌), 불악구(不惡口), 불기어(不綺語), 불탐욕(不貪慾), 불진에(不瞋恚), 불사견(不邪見)의 십선공덕으로 성취되어 복덕과 쾌락이 구족한 세상이 용화세계이다.
용화세계를 성취하게 하는 십선도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을 수 있는 모든 개인적, 사회적 악을 경계하는데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며,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선의 극대화로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대보적경 미륵소문회>에는 미륵보살이 중생의 탐진치가 엷어지고 십선을 성취할 때에 최상의 정각을 이룰 것을 서원하였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오탁악세에 탐진치의 업이 두텁고 중생들이 부모에 불효하고 사장(師長)에게 불경하며 권속이 서로 불화할 때에 최상정각을 이룩할 것을 서원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미륵불의 무조건적인 하생이 아니라 미륵불 하생의 조건이 중생의 업에 따라 달려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미륵불의 하생은 중생의 주체적 실천에 따라 그 조건이 구비된다는 것이다. 즉, 용화세계는 그 세계를 구현하는 대다수 중생에 의해 99%의 기반이 조성되고, 마지막 1%를 미륵불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용화세계를 여는 주체는 미륵불이 아니라 오히려 중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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