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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승가’는 ‘스님들’로 번역되어서는 안된다

5,868 2016.07.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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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전공자 이자 서산 천장암 주지 허정 스님이 중앙종회 206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종단 의례와 관련해 '우리말 삼귀의'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허정 스님은 삼귀의에서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하는 부분이 크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정 스님은 '승가'는 '스님들'이 아니라고 했다. 스님 대신 '승가에' 귀의합니다가 올바른 번역이라고 강조한다. 허정 스님의 이 같은 지적은 바른불교재가모임과 한국불교언론인협회 등이 삼귀의 의례를 '거룩한 스님들께'가 아닌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로 하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허정 스님의 주장을 게재한다.)



 
우리말 삼귀의가 지난 21일 열린 제206회 임시종회에서 통과 되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가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나는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작년 9월에 <‘승가’는 ‘스님들’이 아니다>라는 글을 논설의원 자격으로 불교신문에 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글을 못 보았는지 보고서도 문제의식을 못 느꼈는지 기존의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로 통과된 것이다. 그것이 안타깝고 실망스러워 이 글을 쓴다. 전통적으로 귀의승중중존(歸依僧衆中尊)은 ‘나는 공동체 중에서 가장 존귀한(衆中尊) 승가에 귀의합니다’ 라는 뜻이다. 이것은 ‘상감 사라남 가차미(나는 승가를 귀의처로 합니다)’와 같다. 한문과 빠알리어 삼귀의에서는 ‘승가’라는 공동체의 의미가 뚜렷하다. 상가(sangha)는 화합중(和合衆)으로 의역되고 승가(僧伽)로 음사된다. 문제는 승가(僧伽)가 줄여져 승(僧)이 되고 승은 다시 승(僧)님-스님으로 되면서 승가라는 단어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첫째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번역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님들’은 복수이기에 ‘승가’와 같은 뜻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승가’에는 복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컴퓨터로 비유를 하자면 ‘승가’라는 단어는 스님들이라는 하드웨어와 포살, 자자등의 소프트웨어가 잘 구동되는 컴퓨터와 같다. 그런데 ‘스님들’은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는 불완전한 컴퓨터라 볼 수 있다.

각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만들어 보면 ‘승가’와 ‘스님들’의 차이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부처님은 누군가 부처님에게 보시하고자 하면 “승가에 보시하라”고 충고하셨다. 그 의미는 전답과 건물등의 부동산은 스님들이 공용(사방승가)으로 사용하도록 보시하라는 것이고, 치약이나 수건등의 생활용품은 현재 거주하는 스님들 개인용(현전승가)으로 보시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스님들께 보시하라”는 의미는 스님들 개인에게 보시하라는 의미가 있을 뿐, 스님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보시하라는 의미가 없다. 이처럼 ‘승가’는 사방승가와 현전승가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스님들’이라는 단어에는 현전승가의 의미만 있을 뿐 사방승가의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은 가난해야 한다’라는 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은 가난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공동체와 개인간의 이상적인 관계를 말한다. 이 문장에서 ‘승가’라는 단어에 ‘스님들’을 대입하면 ‘스님들’은 부자여도 ‘스님’은 가난해야 한다는 어색한 말이 된다. ‘승가는 부자여도 된다’는 말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승가의 재산은 공공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님들은 부자여야 된다’는 말은 정당하지 않다. ‘스님들의 재산’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가’라는 단어와 ‘스님들’이라는 단어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차이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승가=스님들’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스님이라는 용어는 비구나 비구니의 번역어에 해당한다. 비구(bhikku)나 비구니(bhikkuni)는 끝 단어를 길게 발음하면 그대로 ‘스님들’이라는 복수의 뜻이 된다. 정확하게 ‘스님들’이라고 번역해야 할 단어가 따로 있는데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하는 것은 옳치 않다.

셋째 승가는 최소한 4인 이상의 공동체를 의미하는데 ‘스님들’이라고 번역하면 2인승가, 3인승가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승가의 의미가 훼손된다. 승가는 단순히 4명의 스님들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승가를 운영되는 운영원리(갈마)가 작동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하면 포살, 자자, 수계갈마등 승단의 운영원리와 승가의 공공성(公共性), 공의성(公儀性)등이 상실되게 된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는 ‘승가’라는 공동체에 귀의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성격을 갖는 ‘스님들’에게 귀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귀의 하는 불자에게 삼귀의의 의미가 충족되지 않는다. 우리 종단은 지금 ‘승가공동체’에 귀의하지 않고 각각의 스님들께 귀의하기 때문에 승가의 구성원들이 각각 흩어져서 각자도생하는 살림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너진 승가공동체의 회복은 삼귀의를 제대로 가르치고, 불자들을 승가공동체에 귀의하게 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승가를 ‘스님들’로 번역하여 스님들께 귀의하게 하는 것은 불교의 첫걸음부터 잘못 가르치는 것이다. 일부 재가자들은 이미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라는 번역문을 사용하고 있다. 종단에서는 ‘스님들께’로 잘못 번역해 놓고 도리어 재가자들이 종단본을 따르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말 일이다. 반야심경도 ‘건지느니라’에서 ‘건너느니라’로 뒤늦게 바로잡은 경험이 있다. 부디 번역을 담당하는 분들과 의례를 통과시킨 중앙종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승가라는 공동체성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여 조속히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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